산행이야기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러한 것이로구나!....월악산 산행

nanamoon2 2008. 11. 29. 12:30

2008년 11월 29일 월악산

덕주골 휴게소~덕주사~마애불~송계 삼거리~신륵사 삼거리~영봉~신륵사 삼거리~송계 삼거리~동창교 매표소

사진찍으며 감상하며 널널하게 5시간 산행

 

얼마전 국립공원을 손꼽아 보았다...내가 가보지 못한(정상을 찍지 못한) 국립공원을

월악산, 속리산, 내장산,덕유산...그리고 아이들 어릴 때 데리고 가다가 포기한 한라산 까지

열다섯 곳 중에서 5군데의 정상을 찍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 그 중 하나인 월악산을 드뎌 찍게 되었다..

며칠전부터 날이 별로 좋지 않다....화요일부터 산행 신청을 하고 입금시켜 놓은 상태라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그런데 아니나 다를까....아침 일찍부터 서울에는 비가 내린다.

뉴스의 일기예보를 들으니 강수량을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니고 기온도 그리 낮지 않다기에

별 겨울장비 준비 없이 자켓안에 입을 내피만 챙겨넣고 집을 나섰다..

버스에 도착하니 월악산 정상에는 눈도 많고 다 얼어붙어 아이젠이 반드시 필요하단다...

집에 아이젠이 종류별로 다 있는데....그런데 모하랴~ 급한김에 5000원자리 하나를 사 넣었다.

전날 밤 늦게 잠자리에 들어서인지...버스안에서 비몽사몽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덕주골에 도착...

배낭을 들러매고 버스에 내리는데..비가 부실부실 내린다...아니 그것보다 더 내린다...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길을 나서면 그렇게 가는 것...

배낭에 커버를 씌우고.....방수 자켓이라 우의는 입지 않았다...

그렇게 월악으로의 한발을 들여놓았다....

비를 맞으며 겨우 눈만 빼꼼하니 내 놓고 올라가는데

비맞은 늦가을색이 너무도 선명하다....

아직은 가을이구나....그러며 그리 어렵지 않은 발걸음으로 마애불까지 오르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갑자기 눈보라가 치며 눈이 휘날리는데...나도 무르게 정신이 아득해진다

늦가을 비라 생각하며 가라앉던 마음이 갑자기 어린아이의 맘 같이 설레기 시작하며 방~뜬다.

마애불을 지나 송계 삼거리까지 가는길은 계속 계단이다...

눈은 언제부터 와서 쌓였는지 수북하며...상고대가 핀 나무가지에 다시금 설화가 피어오른다..

1시간가량 끊임 없는 죽음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고....

그렇게 송계 삼거리가지 오르는데...탄성 탄성만이 나온다....

앞서던 몇몇 산우님들은 중도에 포기를 하시고 하산하신다...겨울채비 미비로

그렇게 송계 삼거리를 지나 신륵 삼거리를 오르는 동안에는 바람도 없다...

눈만 사라락 사락 내리며 날도 갠다...가끔 돌풍이 불어대기는 했지만...

어제와 아침나절 날이 그래서 그런지 산에는 사람이 없다...

내 가슴이 마구 뛴다...옆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느낌...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지난 겨울 평창 눈덮인 발왕산에 갔을 때도 이 느낌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내가 사람이 아닌 눈덮인 그리고 그 위 햇살 눈부신 너를 사모하는구나...를 깨달았다...

그래 이게 사랑하는 이의 맘이구나....그래서 모든 것을 더 사랑하도록 하는구나...라고

그렇게 황홀경에 빠져 영봉에 오르니 바람이 무지 쎄다...

정상석은 너무도 위험한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한사람 겨우 서서 사진 한장 찍기에도 벅차다

바람에 휘청거리며 겨우 정상석에 섰는데....다른 곳 같으면 서로 빨리 찍고 내려가겠다 아우성이고

바쁜 맘의 그들에게 사진 한장 부탁하기도 미안했는데...

여기서는 낯선이들이 기꺼이..그리고 정성을 담아 부탁을 들어준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들도 내가 온 길을 거쳐 왔으려니...

눈 덮인 이 산이 이들의 맘을 그리고 내 맘을 이토록 따뜻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스친다...

다시 영봉을 내려 송계 삼거리까지 하산을 하는데...배에서 갑자기 꼬르륵 거리는 신호를 보낸다.

아차...내가 밥 먹는 것을 잊고 있었군...시간은 2시를 넘어 3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기후는 갑자기 나빠져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친다...

그래 좀더 내려가보자....

그렇게 송계 삼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동창교 매표소를 향하는길에 겨우 바람이 잦아드는 곳에 도착

3시가 조금지나 점심상을 눈밭에 펼쳐 들었다...눈밭위에 나만의 밥상....아~

갑자기 하얀 눈덮인 산속에서 며칠 캠핑이라도 하고싶어진다.

눈구덩이를 파고...그리고 텐트하나 펼져들고..그 앞에 모닥불도 하나 피우며

숲속에서 산림욕을하며 붉게 타는 저녁 노을을 맞이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눈내리는 산속에 안기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이번 겨울에 꼭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갑자기 생긴다....

그렇게 혼자만의 상상과 행복에 젖어 늦은 점심을 접고 하산하려는데...

읍쓰~....이건 모야?...오른발이 허전해서 보니 아이젠이 어디로 달아나 버리고 맨신발이다..

여기 저기 두리번 거려도 읍다....에구 에구...2,500원 흘렸네...

다행히 한쪽 아이젠은 남아있고 나에겐 스틱 두개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아직 버스시간도 널널하고...

그렇게 미끄럼을 타고 얼마간 내려가니 다행히 거기는 늦가을이 기다리고 있다...

나머지 아이젠 한쪽을 벗어 넣고 늦가을을 아쉽게 부여잡으며 버스에 도착하니

출발시간 한시간 반이나 남아있다...남은 시간을 히터도 안틀어주는 버스 안에서

덜덜 떨며 앉아 있는데....내가 산행을 이승에서 했는지 저승해서 했는지 아련해진다...

어떨결에 맞이한 올 첫 겨울 산행.....준비도 미비하고 그다지 기대도 없었는데...

뜻밖의 행운(눈...첫눈)이 나에게 주어져 너무도 행복했던 산행....

가슴 심하게 요동치는 사랑을 느끼게 해준 월악이여~ 사랑한다~사랑한다~

 

 

 

             처음에는 비 내리는 월악이었다....그런데....

                

 

             제천 덕주산성....4겹으로 이루어진 규모가 매우 큰 석성....

 

           마애불...

           

             마애불 맞은 쪽의 경관....눈보라가 치기 시작하는 풍광인데...너무도 멋져 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지나가는 산우와 상부상조하며 한장...ㅋ

 

 

            아직 자리지키고 있는 나뭇잎에 눈이 올라 앉으니 바로 꽃이 되어버린다...

           

             그림같은 설경

 

 

             눈보라에....가파른 계단에...산은 점점 나의 몸을 지켜가게 만들었지만 나의 맘을 황홀경으로 이끌고 있었다...

 

             저 곳이 정녕 이승의 세계련가?...사바의 세계련가?.....이승의...사바의 그 모든 것을 떨구어 낸 그 곳이것다...

 

             상고대에 설화가 덧씌워지고....

 

             충주호가 그림같이 자리잡고 있다...

            

             그림같은 풍경...나는 현실이 아닌 그림속에 서 있었다...

 

             춥고 힘들어도 얼굴엔 자구 미소가 실실 퍼진다....사랑하는 이 앞에서의 멋적음 같은 미소가...

             

             저기 눈 위에 누워 한나절 일광욕이라도 즐겼으면...

             내 맘속이 뽀송뽀송 말라 분홍색 분가루로 폴폴 날렸으면 좋겠다...

 

             날이 개며 건너의 산이 내어다 보인다...무슨산이지?....갑자기 궁금해진다...저 산에도 오르고 싶다...

 

             설화와 파란 하늘....너무도 조화롭다...

        

             꽁꽁 싸매고 정성석에서 한장^^

   

             정상의 모습...

 

             산토기 한마리가 뛰어 나와 엘리스를 데리고 갔던 그 이상한 나라에 나를 데리고 갈 것 같아서

             한참을  쭈구리고 앉아 토끼를 기다려 보았다...

          

 

 

            늦은 점심....이런 저런 상상으로 너무도 행복하고 좋았던 시간...

 

             산 아래 가을을 부여잡고 있는 나뭇잎....

             기우는 태양이 마지막 에너지를 여기 태우고 있었다...

             너를 이렇게 부여 잡을 수 있는 나는 행운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