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6일 치악산 산행
윗항골~ 입석사~입석대~ 비로봉(1288)~사다리병창~구룡사
6~7시간 산행코스를 4시간에....
이번주는 일요일에 일이 있어 토요 산행을 빡세게 해야지 하고 고른것이 치.악.산....
치악산을 다녀온지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산을 본격적으로 다니던 시기도 아니고
그저 이런 저런 모임에서 분기별 이벤트 행사로 산에 다니던 시절에 가보았던 산...
9년전 늦은 10월 어느날... 비슷한 또래의 아줌씨들 한차 태워서 아침에 널널하게 출발해서
그 아줌씨들 끌고 사다리 병창은 공사중이라 그 옆길로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정상에 먼저 올라가 그 아줌씨들 지둘리느라 돌탑에 붙어 덜덜 떨며 바람 피하던 생각..
그리고 어둑어둑해질녘에 내차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주차장에 내려와
추운몸 겨우 녹여서 운전해 돌아오는데...다들 쓰러져 잠들고...
나의 몸은 진짜 힘들어 죽겠는데...기분은 무쟈게 좋았던 추억....
그 한자락 추억을 잡고 이번 산행에 나섰다...
그동안 나도 그렇지만 산도 이래 저래 많이 변한 듯 하다....
어느 옛 시인의 노래처럼....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어라는 말이
요즘은 다 옛말이 아닐런가 싶다....
방랑벽이련가?....역마살이련가?
떠남의 시작은.... 늘 설레이며 가슴 한쪽켠이 간질간질하게 느껴짐이라고나 할까....
나는 오늘도 눈을 덜뜬 도시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버스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추석을 한주 앞둔 주말이라 그런지 차가 이른 시간부터 막히는가 싶더니
여주를 벗어나면서 조금은 속도를 내기 시작해 원주에 도착.... 고속도로를 벗어나 시골길을 달리는데...
아 이제 곧 도착이로구나...라는 신호로 저 멀리 운무가 멋스럽게 걸쳐있는 장대한 산이 보인다.
어떤 표식 없이도 치악산임을 단박에 알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윗항골....이곳을 들머리로 하여 오르는데...이곳으로 들머리 잡는 사람은 뜸하다.
등산객들이 싫어하는 포장이 되어있는 가파른 길을 같은 고도의 산을 오를 때 보다 더 힘겹게 올라
비포장길을 그 만큼 더 걸어 오르니 입석사가 나를 맞이한다...
치악산의 일면을 살짝이 맛뵈기 하는 코스이다.
입석사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여기 저기 공사가 한창이다...
대웅전 좌측으로 입석대가 우뚝 서있다...
입석대에 오르니 그 압에 돌탑이 많은 세월을 지키고 서 있다...
저 아래 골이 깊은 산계곡을 지그시 내려다 보며....
입석대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다보면 마애불 좌상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애불 좌상은 암벽면에 부조(돋을새김)한 것으로 얼굴은 풍만하며, 전체적인 눈,코,
입의 비례가 잘 맞고 전반적으로 안감 있는 작품이라 하는데...오랜세월 많이 닳아있다.
고려시대 전기의 경우 정확히 제작 시기를 알수 있는 불교 작품이 거의 없는 실정인데
고려시대 조각 연구의 기준으로 가치가 높은 작품이라한다.
입석대에서 다시 입석사로 내려와
입석사를 지나 악소리나는 일명 노가다길을 50분가량 오르다보면 (내 걸음으로는 40분가량)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오르는 길은 '그래 달리 치악산이 아니로구나' 하는 깨달음의 길이라고나 할까.
옷은 다 젖어 더이상 땀이 아닌 물이 된다....수건으로 옷을 닦아대니 옆에 계신분들이 다 한마디씩 한다...
"그게 땀이요?"..."물통이 새남요?"...등등....
"저런...제가 조금씩 싸서 말리려 했는데 넘 많이 싼 거 같으네 티 나나요?" 했더니
주위가 모두 웃음 바다가 된다.....에구... 내가 미쵸....
낯선 사람들과 서로 오랜 사람들처럼 오이며 사과며 파프리카등을 나누며 한 땀을 식히고 다시 배낭을 맨다.
종전보다 더 험악한 구간을 올라 도착한 곳이 쥐너미재..
이 고개는 옛날 쥐때가 넘어간 고개라 하여 쥐너미재라 하는데...
옛날에 범골에 범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쥐가 너무 많아 스님들이 쥐등쌀에 견디지 못해 절을 떠나곤 했단다...
하루는 그 많은 쥐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을 지어 범사를 떠났는데
그 이후로는 이 범사를 찾는 사람도 없어졌고 절도 폐사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원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수 있다고 하는데 운무에 전혀 볼수 없었다...
멀리서도 단번에 도깨비뿔 처럼 돌탑 세개가 서있는 저 곳이 치악산의 정상 비로봉임을 알수 있었다.
가까이서 볼 때는 몰랐는데...갑자기 저 돌탑이 귀여워 보인다...
정상 바로 아래...이러한 계단을 오르고 또 올랐다...
드디어 정상....족히 3미터는 됨직한 돌탑이 치악산의 비로봉을 대표하며 서 있다...
전에 와보았을 때보다 돌탑이 더 높아진 느낌이다...아마 내가 세파에 쪼그라 들어 그런듯 싶다...후후
드뎌 정상석에서 한장....ㅋ
사위 모두가 겹겹이 이루어진 산들뿐이다...
구름에 살짝살짝씩 가리워진 저 곳....
아~나의 국토가 저리도 아름다웠단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 된다고 했던가...
우리나라 사람들 산에 오르면 다 국토숭배자(신종어?ㅋ)가 되는 듯 싶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지 않던가....
하산길 역시 만만찮다....가파른 길을
나무계단으로 철계단으로 때론 돌계단으로 걷고 걷고 또 걷고
그러다 탁 트인 멋스런 절벽길...일명 사다리병창....
거대한 암벽길이 마치 사다리꼴모양으로 되어있고
암벽사이에 자라난 나무들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하여 사다리병창이라 불린다 한다.
병창을 영서 방언으로 "벼랑" "절벽" 이라는 뜻이라고 연에 상세히 알려주는 안내도가 있다.
사다리 병창을 지나 세렴폭포가 닿는지점 계곡에 발을 담글수 있었다...
한참을 무릎까지 담그고 나의 발에게 시간을 주었다...
이젠 성한 발톱 하나 안남은 발이지만 늘 고맙고 감사하고 이쁘다...
계곡의 물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여 나의 맘까지 씻어 내릴 수 있었다.
구룡사...
지난주 찾은 내연산의 내연사와 또다른 느낌의 구룡사..
내연사는 탁 트인 공간에 UFO가 절은 뚝 하니 떨어뜨리고 간 느낌이라면
구룡사 같은 공간의 절은 마치 절이 주위에 둘러쌓인 나무처럼
오랜 세월 자라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는 절대 불교 신자도 아니지만...나는 이런 절과 절터가 좋다...
거대한 불상 위로 공사중인 보광루터가 보이는데...
내가 오래전 구룡사에 왔을 때 보광루에 서서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보는 구룡사의 경치를 잊지 못해 다시 찾았는데
그 맛을 다시 느끼지 못함에 약간의 서운한 맘이 들었다...
과거 보수시 제대로 실측보건이 안되어 뒤틀리고 기울어졌기에 긴급 해체복원중이란다...
다시 그 멋스러움을 빨리 찾았으면 좋겠다.
다른절에 비교해 사천왕문의 규모가 크다...
단청 또한 화려한데 비전문가인 나의 눈에도 그 품위에 지나침이 없어 보인다.
수령200년된 보호수 은행나무....
나무가 주는 안정감을 문씬 풍기며 자태를 뽑내고 있다...
멋지다...
연리지...
가까이 있는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 지내다 한나무가 된 것을 연리지 현상이라 하는데
사랑 나무라고도 한단다...
세월이 무서운 것인가...그넘의 정이 무서운 것인가...
처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도 이쁘다 했던가...
나는 구룡사의 일주문도 너무너무 좋아한다...
다른 어떤 절들의 썰렁함을 주는 일주문과는 달리 평온함과 숙연함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구룡사 일주문...
절구경까지 잘하고 다 하산해서
갑자기 시끄러운 한 무리와 만났다...
몬일인가 하고 고개를 빼어들고 보니
이분...누구시던가?...연애인 이시던가? 장관 이시던가?
갑자기 누군가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느낌...
이게 세상이다...라며....
아~ 마주치지 말고 끝까지 평강했으면 좋았으련만....
뒤로 치악산을 남기고 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워 다시 돌아보고 다시 돌아보고...
치악은 나를 보고 언제든 찾아오라며 나에게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내가 그렇게 휘집어 놓았는데도...
내 속내를 그렇게 다 내보였는데도...
치악은 더 맑은 모습을 하고선 ......
늘 그자리 있겠노라며......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이젠 더이상 치악산은 치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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