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

바람이 너를 그냥 지나가게하라...지리산둘레길(3구간)

nanamoon2 2009. 9. 26. 18:01

2009년 9월 26일 지리산 둘레길 3,4구간 인월~운봉~주천(23.7Km)

문득 어느날 바람이 나를 그냥 지나가도록 그렇게 세상을 살고 싶은 날 길을 떠난다....

그 길의 끝은 반드시 존재하지만 떠날 때는 그 끝을 담아두지 않은 채....

 

3구간.....인월~운봉 (9.4 Km)

잔잔함을 찾아 문득 길을 나섰다....지리산 둘레길

올 1월에 친구들과 참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지리산 둘레길(1,2구간)에 올랐었는데

이번은 그냥 훌쩍 길위에 나를 올려 놓았다...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없이 그저 길 따라 가는 바람결에

 

무박 버스를 타고 인월에 도착하여 월평마을의 길 위에 오른 시간은 4시경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던 사람도 깊은 잠에 빠져들 시간

반은 감긴 눈으로 월평과의 첫대면... 

 

마을의 뒷길의 나즈막한 야산길을 따라 흥부골 휴양림으로 향하는 길

무념 무상의 시간속으로 내가 움직이는 작은 소음만이 나를 따라오고있다...

 

흥부골 휴양림이라는 것은 풀벌레 소리와 내 발에 스쳐 사르락 거리는 풀소리

물소리 보다 조금 더 요란하게 바람에 흐르는 나뭇잎 소리

아직은 여명이 길을 터주지 못하고 있다...

 

숲의 끝에 도착하여 대덕 리조트가 이젠 숲길이 끝났음을 알려주고 있다

운봉읍에 도착해 화수교를 넘으려는 시각이 되어 세상이 비척대며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화수교 건너 비전 마을로....

 

 

비전마을에 도착...커다란 정자와 그 옆에 아담한 정자 두 채가 나란히 길손님에게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조선시대 歌王 송흥록과 國唱 박초월의 생가

여기서 화장실과 물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아침식사로 찐 단호박과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시 발을 옮겼다.

황산 대첩비 뒤로 하고 서림공원을 향하여....

 

춤추는 황금 들녘을 가슴에 품고 떠오르는 태양을 비껴 받으며 운무를 뿜어내고 있는 반야봉

나도 모르게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만 보았다....내가 너의 발끝이라도 닮아가길 소원하며...

 

 

신기마을의 하천을 따라 지리산을 바라다 보고 또 바라다 보며

그렇게 나는 지리산에게 푸념을 늘어 놓았지...소리 없는 조잘거림으로

너는 바람이 너를 그냥 지나가게 하라며 고개숙인 벼이삭만 흔들어대었지...

 

 서림교를 지나 서림공원에 도착....

 

 남원 서천리 당산의 한 쌍의 돌장승이 있는데 외형상 구분은 불분명 한데 남쪽은 남자 북쪽은 여자라 한다

악한 기운을 막는다는 뜻으로 각각 <방어대장군>과 <진서대장군>이라 새겼다 한다.

<남자 장승>

 

<여자 장승> 두 장승 모두 벙거지를 쓰고 수염이 달렸지만 여자 장승은 귀가 없다

수수한 노인 모습을 한 여장승은 실제 인간의 모습에 가까우며 얼굴표정이 사실적이다

마을을 수호한다는 신앙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소박한 표정에서 민속예술적 가치가 크다고 한다

내가 보아온 장승들 중에서 이런 표정의 장승은 참으로 생소한 듯 했다.

 

 

서림공원을 빠져나와 마을을 통과 하며 동네 구경(?)을 한참 하고 4구간의 시작인 양묘장에 도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