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5일
벽소령대피소~덕평봉(1552)#선비샘~칠선봉(1576)~영신봉(1652)~세석산장~촛대봉(1704)~연하봉(1667)~장터복산장~제석봉(1806)~청왕봉(1915)~제석봉(1806)~장터복산장~참샘~백무동
산행시간 : 12시간 28분(오전 4시~ 오후 4시 28분 휴식시간 식사시간 포함)
산행거리 : 19km
처음으로 눈을 뜬것은 10시 즈음이고 계속해 12시, 2시 그렇게 눈을 떴다...아직은 좀 더 자자
그러고선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 시간이 3시...애를 깨워 배낭을 꾸려 밖으로 나갔다
벌써 일어나 식사 준비를 하고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
하늘의 별은 쏟아질 듯하고 사그라지는 그믐달이 대피소 지붕위로 부서져 내리고 있다.
잠시 무얼해야 할지 넋을 놓아버리고 하늘을 바라보다 머리를 흔들어 나를 일깨운다.
버너를 켜서 누릉지를 끓였다....처음에는 그냥 사과 한 개씩 먹고 커피나 한잔 마시고 출발 할까 했는데
속이 든든해야 이 어둠을 뚫고 나갈 것 같기에...
그렇게 따끈한 누릉지 한 그릇만 끓여먹고 벽소령대피소를 떠나 세석 대피소로 향했다...
이른 새벽 누릉지를 끓여줬더니 잘 먹는다...주면 주는대로 잘 먹는 딸이 이쁘다...(너무 잘 먹나?..ㅋ)
새벽 4시 출발
사위는 깜깜하고 겨우 우리 둘만의 렌턴빛으로 산행을 시작하는데
처음엔 용감히 쩌벅쩌벅 10여분을 걸었는데 갑자기 너무 일찍 나섰나 싶은 생각도 들고
다시 돌아가 5시 쯤 출발 할까...하는 생각도 들고 이래 저래 맴이 뒤숭숭하다
괜스레 딸아이에게 큰 소리로 이 말 저 말 붙여보는데...
참놔~울 딸 왈~ 말 대꾸하기 힘들단다 ....그렇게 한참을 또 걷고 있는데
우리딸 왈 " 다른 때는 야등할 때 안 무서웠는데 오늘은 쪼메 기분이 이상하네요~"한다.
엄마가 있는데 모가 그러냐 하니....
그래도 짐승 같은게 나와도 엄마랑 지랑 둘이 있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이 있으면 좀 낫지 않겠냐한다...
"너는 엄마를 그렇게 물로보냐?"...."너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가도 그 속도도 몬 맞추자노"
글치 않아도 내도 쪼메 거시기한데...갑자기 내 속내가 들킨 듯 하여 버럭 심술을 부리고 말았다.
그렇게 둘이 깜깜함 새벽 산길을 냉냉히 걸어가는데 아이가 자꾸 처진다...
거리가 벌어지면 앞길도 어둡고 위험하니 빨리 걸으라 재촉하는데 쉽지가 않다.
사위가 밝아올 때까지는 아이에게 맞추자..조금 걷다 돌아서 길 봐주고 다시 걷고를 반복하며
한시간쯤 오르막을 한참 오르다 보니 여명이 튼다...(그것이 덕평봉이었다)
그리고 반가운 샘하나 우리는 선비샘에 도착했다...세수도 하고 물도 보충하고
괜시리 심술부린 것이 미안해 내가 먼저 너스레를 떨었다.
선비샘의 물맛이 참으로 좋다.
여명이 트인 산길은 참으로 신비롭다...
마치 선녀의 옷자락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 같다고나 할까....
나는 거기에 홀려 점점 중독되어가고....행복한 중독이라고나 할까....
사위가 밝아 오고 길도 어느정도 평탄해지자 일출 볼 욕심으로 보행속도를 냈다.
그렇게 다다른 곳이 칠선봉....그 곳에서 우리는 천왕봉에서 떠오르는 2번째 일출을 볼 수 있었다.
구름한 점 없는 하늘에 떠오르는 태양....아~ 오늘의 새로운 태양이어라....
이 대자연을 품을 수 있는 기쁨에 비하면 나의 산행의 고됨은 너무도 미진하여라....
산은 나에게 너무도 크나큰 것을 안겨주고 있었다...
새벽산이 일출을 받아 꿈틀거리며 깨어나고 있다....마치 살아있는 가슴 넓은이의 기지개 같아라..
그렇게 일출과 산하를 가슴에 담고 영신봉을 지나 세석산장에 7시 50분에 도착했다.
드디어 지리산대피소는 다 둘러본 셈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세석대피소의 숙박이나 주변이 제일 나은 듯했다
(단 대피소 이용면이나 비박 장소로 보았을 때)
우리는 장터목에서 아침 식사를 할까 했었는데...뱃속에서 아우성이다
라면과 누릉지를 함께넣어 끓였다....아~
일년에 잘 먹으면 서너번 먹을 정도로 즐겨하지 않는 라면이 이렇게 맛있다니...
커피도 한 잔 끓여 먹으니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표정이 절로 만들어진다
한시간정도 지체하고 다시 정비를 한 다음 촛대봉으로 향했다...
세석대피소
촛대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천왕봉...
촛대봉의 일출이 천왕봉의 일출보다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함.
연하봉을 향하는 도중에 펼쳐져있는 연하평전....이부분은 꼭 월출산의 한 부분을 옮겨다 놓은 듯하다
저 길을 지나 천왕봉으로....
드디어 장터목 산장에 도착 10시 37분...산행한지 6시간 반이 경과하였다.
장터목 산장에 배낭하나에 무거운 짐을 옮겨담고 물 두 통, 수건, 카메라 등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 몇가지를 담아
다시 천왕봉으로 출발...
제석봉을 지나 평전에 이르자 고사목 군락이 펼쳐져 있다....
제석봉에서 바라다본 천왕봉...아직도 갈길이 멀다....
통천문 앞에서....이 문을 통과하고도 계단과 돌무덤의 가파른 길이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진을 빼고 왔는데 여기서 부터는 완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올라야 한다.
고산지대라 나무그늘도 없고 가파른 등산길은 나를 시험에 들게한다.
추운날씨에는 살을 에이게 하고 좋은 날씨에는 살을 태우는구나...
드디어 도착한 천왕봉 정상....11시 45분
정상에 서서 기쁨의 오만을 살짝이 누려본다...아~ 해낸자만이 느낄 수 있는 이 희열...
산은 또 다시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부여해 준다...내가 힘들고 어렵고 지칠 때마다 꺼내어 쓰라며
나를 충전시켜주고 있다....커다란 품으로....
정상에 선 딸아이가 대견하기만 하다...
이제 하산길이다...
다시 장터목까지 내려가 백무동으로 하산코스를 잡았다...
내려가는 길도 장난이 아니다...가파른 길은 오르기도 힘들지만 내려갈 때 무릎과 발바닥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맘이 급하다...백무동에서 서울가는 버스를 예약하지 못한 상태인데(전화예약도 가능한데 몰랐다)
이런 속도로 내려가면 4시차는 못탈 것 같고 6시 차는 막차인데...걱정이다.
나야 하루 더 묵어도 좋으련만...울 딸이 다음날 약속이 있다기에
우선 내가 내려가 버스표를 살 생각에 천왕봉에서 백무동까지 쉼없이 내려가는데
발에서 불이 난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겨우 참샘 도착.
여기서 좀 더 내려가야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글 수 있겠는데...도저히 아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불이나는 발을 얼음물 보다 더 차거운 샘물을 무릎에서 발까지 퍼부었다
너무 차거워 발이 아려오는데 참고 한참을 퍼부었더니 살 것 같다...
그렇게 발을 식히고 앉아있는데 우리 아이가 저 위에서 내려오다 주저 앉는다...
아이를 불러내려 발을 샘물로 식혀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우리의 식량(?) 베이글과 치즈와 참샘표 냉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이가 살아 난 듯 하여 터미널까지 내려오니라 일러두고 부지런히 산을 내려섰다...
4시 27분이 되어 백무동 탐방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우선 조금 더 내려가 표를 알아보니 두자리 남았단다...휴~
그렇게 표를 예매하고 시간이 30분 정도 지나 생각보다 빨리 딸아이가 내려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렇게 다리를 식히고 내려오니 자기도 놀랄 정도로 발이 가벼워 쉽게 내려 왔단다...
내가 큰소리 한번 쳤다..."거봐라 엄마가 다 알아서 고쳐주고 하자노...엄마 도사지?"
우리 딸 ..맞단다....지리산은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우리 딸은 몰랐나보다
그렇게 딸과의 특별한 지리산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천왕봉에서부터 백무동까지 하산길을 사진에 담을 정신도 기력도 없었던 것 같다...
다 내려와서의 백무동계곡의 한 컷
사랑하는 우리 딸에게...
엄마와 지리산 종주 산행을 같이 해주어 너무나 고맙구나
비록 힘들고 고된 산행이었지만 산이 너에게 안겨준 것은 클 것이다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렵고 힘들어 무언가 포기하려 하는 순간순간에
우리의 산행을 생각하렴 아마도 네가 눈치채지 못했던
커다란 용기가 담겨 있을 것이다....
또한 네가 지쳐 있을 때 우리의 산행을 생각해 보렴
역시 네가 잠시 잊고 살던 평온이 너를 안아줄 것이다...
엄마가 비록 작은 길을 터 주었지만 너는 그 길로 큰 세상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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