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5일 제주도 한라산 산행
성판악(9시 30분)~ 진달래 대피소~ 정상(9.6km, 12시 50분)~ 개미목~탐라계곡대피소~관음사(8.7km, 4시)
9시를 넘겨 성판악에 도착하였다...여기서 부터 산행 시작
초입부터 눈이 있어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스패츠 , 아이젠, 바라클라바, 스틱, 장갑으로 무장을 하였다.
점심으로 도시락 하나와 물 한 통씩을 배당 받고 20명은 별다른 통성명도... 같이 왔다는 표식 하나 없이
일명 내가 칭하는 방목산행길에 올랐다.
성판악 코스로 올라 진달래 대피소까지 11시에 도착을 못하면 정상 등반을 못한다는 설명을 듣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겼다.
성판악 매표소를 들어서면서 설경에 맘을 빼앗긴다...
버스에서 내려 서면서 느꼈던 찬 바람이 조금 가시며 몸에선 땀이 슬슬 흘러 나오고 있다...이 웬수
땀이 많은 관계로 유독 겨울 산행을 힘겹게 느끼는 나로선 그다지 반갑지 않다
땀이 많은 것에 정비례해 추위도 엄청 타므로....
그렇게 조금씩 숨이 가쁘게 진달래 대피소를 향해 걷는데 까마귀가 많이도 난다....
나무마다 그 잎새와 꽃모양이 다르듯
나무마다 상고대에 눈꽃이 피었는데 그 모양새가 가지가지다...
갈 길은 바쁜데 자꾸 맘이 배앗겨 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든다.
바람은 점점 세어지고 기온은 떨어져 가는데 주위 풍경은 황홀경이다...
아~ 아~ 아~
정상이 가까워지자 점점 더 감싸고 눈만 빼꼼하니 내놓고 가는데 살짝이 나온 볼에 칼바람이 스친다...
그래도 아직은 살만하다...
정상 아래 계단길....
내려오는 사람에게 정상에 바람이 어떠냐고 물으니...하나같이 다 포기 하고 내려오는 길이란다.
바람이 너무나 많이 불어 도저히 갈 수 없다고 한다.
여기서 부터 옷도 다시 여미고 맘도 다잡고 심호흡도 다시하며 준비해본다...
그리고 한 발 두 발 계단에 발을 옮기는 그 순간 순간마다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갈 수 있어...아니야 못가...갈 수 있어..아니야 못가....
바람은 나를 세차게 몰아친다...아니 나를 호되게 후드려친다.
앞에 가던 사내가 휘청거린다...정신이 아찔해진다....
그래 그래도 걷자 걷자....
이젠 더 이상 계단도 없다...얼음덩이 위를 휘청휘청거리며 스틱과 두다리로 버팅기며 한걸음 한걸음...
그렇게 20여분의 사투를 벌이고 올라서니 정상이다...눈물이 나려한다...
기뻐서도...뿌듯해서도....그 곳이 멋져서도 아니다....
너무도 세차고 추운 눈보라와 몸 하나 버티고 기댈 것 없고....
겨우 꺼내든 카메라는 이미 얼어붙어 온 오프도 되질 않는다.
겨우 입김 몇번을 불어 온 시키고 찍으려 하니 렌즈가 얼어붙어 뿌옇다
벗어든 장갑 속 귀퉁이로 닦아 겨우 찍어댄 몇장의 사진....
나중에 하산하여 같이 오른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중에 알았는데
정상에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한 명도 없더군...
저 팬스 넘어가 백록담...눈보라가 다 삼켜 버렸다...
가까이 가면 무서운 회호리에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다
팬스에 생긴 상고대...설악산의 대청의 상고대의 서너배의 길이는 됨직하다.
내 생에 제일 긴 상고대였다고 해야겠다.
정상을 오르는 20분간 내 몸에 피어난 상고대...
눈물의 한라산 동능 정상....다른 계절 다른 날 보았으면 참으로 운치 있을 법 했겠지만...
이 날 만큼은 너무도 소탈하여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
거기 달라붙어 피해줄 생각을 하지 않는 한분에게
비켜달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러(워낙 바람소리 크고 꽁공 사매어 의사 전달이 거의 안되는 상태)
한 장 찍었는데 모니터가 뿌연 상태라 위가 짤린상태.....
아흐~ 이 사진만 봐도 전율이 느껴진다...그날 그 시각의.....
정상을 찍고 관음사로 하산길....
조금 내려서니 그래도 바람이 잠들고 설경의 아름다움이 눈에 하나 둘 차기 시작한다...
인간의 간사함이여~....
다져진 길도 눈에 푹푹 빠져들고 길은 경사가 급하다...
사람도 거위 눈에 안띈다...에라 모르겠다...비료 포대 하나 있으면 딱인데...
그런데 없으면 또 어떠랴...걍 털썩 주저 않아 미끄럼을 탔다....시속 20은 넘음직한 속도로
쌩하고 내려가는데 가속도가 붙으니 겁나게 내려간다.
워낙에 눈이 많이 쌓여 걸리는 것도 없다...
단지 살짝 빗나가면 어디로 굴러 떨어질지는 예상이 안된다....
그렇게 내려서서 처음으로 배낭을 벗어서 내려다 보내...내 배낭에도 상고대가 피었다...
2시가 넘은지 오래다....중간에 행동식 챙겨 먹을 여유도 없이 내려오면서
그다지 배고프다는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긴장을 했었나 보다
갑자기 배가 고파온다...하산하면서 이미 나는 혼자였기에
그 누구와 같이 식사할 사람을 찾을 노고를 할 필요도 없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배낭 내린김에 아예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도시락은 아침의 그 따끈한 도시락이 아닌 냉동실에 몇시간 급냉시킨 그 자체였다..
그래도 어쩌랴...보온병을 꺼내 뜨거운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 그렇게 비워갔다...
언제 부터 날아 들었는지 까마귀 열댓마리가 주위에서 침을 삼키고 나를 내려다 본다...
옛다 먹어라...도시락 대부분의 음식을 던져주고...일어나 걸으려니
이가 다다닥~ 다다닥 부딪치며....떨려든다
부지런히 걷자 걷자....사위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아직 해가 질 시간이 아닌데...
날이 흐려지나보다.....
나와 같이 식사한 까마귀...
하산길에 만난 구린굴 동굴...조상들이 석빙고로 사용했다는 푯말이 있다...
다 내려선 곳에 관음사....아직도 몸이 덜덜 떨려 눈에 차는 것이 없다...
그런데 한라산은 자꾸 눈에 밟힌다...
아~ 한라 한라 한라산이여~
관음사 경내...
숙소를 배정 받았다...
4인 1실...깨끗하고 그런대로 괴안았다
그리고 제일 좋았던 것은 바닥이 뜨끈뜨끈 했다는 것....
아~ 배 부르고 등 따시니 그것이 제일이로구나....
너무도 단순한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런 내가 사랑스럽다.....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다...
문득 룸메이트들에게 인사를 했다....메리크리스마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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